책 소개
■ 편집자의 책소개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장석주 시인의 신작 시집을 펴낸다.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은 시인은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전방위 글쓰기의 그 선봉에서 다양한 장르에 걸쳐 놀랄 만한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뜨겁고 폭발적인 에너지로 일궈낸 다양한 저작들 가운데 그럼에도 수줍은 듯 그런 만큼 늘 새로운 듯 작심 끝에 꺼내 보이는 마음이 있었으니 그건 ‘시’라는 장르에서의 시심(詩心)이다. 제 글쓰기의 기원이 시로부터 비롯함을 평생 염두해온 탓이리라.
시력 40년 동안 십여 권의 시집을 펴냈으나 유독 이번 시집 『헤어진 사람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에서 그 ‘청년’다움에 빠져드는 이유는 시를 향한 그만의 초발심(初發心)이 다시금 발휘되어서이기도 할 테다. 총 4부에 나뉘어 담긴 이번 시집의 주제를 ‘사랑’이라 아니할 수 없을 터인데 그의 이즈음의 사랑이란 곧 죽음과 그 궤를 한데 하고 있기에 그 큼이 참으로 지극히 넓고도 깊음을 일단은 알게 한다. 세상에 영원한 사랑은 없고 세상에 영원한 삶 또한 없는 것, 그 끝을 알고 몸을 밀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과정만이 영원한 사랑이고 영원한 삶일 터, 이쯤 되니 그가 “살아도 살았다고 말 못 한다”라고 말하는 대목에 대한 이해가 무릎을 크게 치게 한다.
“헤어진 사람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수 있는 일, 헤어짐도 울음도 다 초월한 둘의 하나됨의 그림, 그 둥그런 원 하나가 우리 모두라 할 때 세상 이치가 뭐 그리 복잡할까 고요하게 적요하게 자연으로 눈을 돌리는 우리들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소용을 무용으로 만드는 시, 그렇게 손에서 쥐기보다 손에서 놓는 일의 귀함을 찾게 하는 태도, 장석주 시인의 이번 시집은 그런 의미에서 참 귀하다. 있어서 고통일 수 있는 당신이 내 안에 없기 때문에 몸이 아픈 나. 당신의 꼬리를 내가 물고 내 꼬리를 당신이 물고 우리는 그렇게 원으로 뱅뱅 돌다 원으로 사라지지 않겠는가. 온갖 둥근 것들에게서 나를 보게 하는 시집. 이 시집은 그런 위로 속에 혼자인 나를 또한 안도하게 한다. 4부 마지막이 시극(詩劇)으로 장식됨을 또한 주목해주시라
작가 소개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햇빛사냥』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간장 달이는 냄새가 진동하는 저녁』 『붉디붉은 호랑이』 『절벽』 『몽해항로』 『오랫동안』 『일요일과 나쁜 날씨』 등이 있다. 애지문학상, 질마재문학상, 영랑시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목 차
시인의 말
1부 좋은 시절은 가고 간 것은 다시 오지 않아요
내륙의 운문집 / 생일 / 키스 / 양화대교 / 곡우 / 망종 / 연애 / 손금 / 모자 / 여름의 끝 / 여름의 느낌 / 바람의 혼례 / 오래된 연애 / 춘분 / 버드나무의 사생활 / 악몽은 밤에 더 번성하겠죠 / 절필
2부 시 강좌에 나오던 여자가 내 구두 한 짝을 훔쳐갔다
서교동 1 / 서교동 2 / 당신은 종달새였다—연남동 0 / 기다림의 자세—연남동 1 / 구월의 기분—연남동 2 / 발코니와 후박나무—연남동 3 / 푸른 양말을 신던 봄날—연남동 4 / 당신은 공중 도약에 실패한다—연남동 5 / 최후의 시집이 온다—연남동 6 / 그 버드나무는 내게 뭐라고 말했나?—몽(夢) 1 / 그 버드나무는 내게 뭐라고 말했나?—夢 2 / 일인칭의 계절 / 부패한 빵 / 베를린의 아침 / 베를린의 한낮 / 베를린의 저녁 / 해 질 무렵 / 동물원 옆 동네 / 일요일 저녁/ 가을의 노래 / 빨래가 마르는 오후 / 먼바다에서 고래가 울 때—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부쳐 / 파주 하늘에 뜬 기러기떼 / 절편 예찬 /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1 /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2
3부 나는 살아도 살았다고 말 못 한다
서른 즈음—가객을 위하여 / 인생의 이치 / 증평(曾坪) / 겨울 대파밭에서 / 밤 해변에서 / 꿈속에서, 꿈의 조각을 줍다 / 노포(老鋪)에서 / 증평에 눈 온다 / 이별들 / 버드나무 / 플랫폼에 빈 기차가 들어올 때—건(乾) / 얼굴 / 멀리서 뭔가가 다가온다—곤(坤) / 내 오른쪽은 너의 왼쪽—진(震) / 버드나무 속—손(巽) / 자연에게 / 가을 저녁 잿빛 허공에 비—간(艮) / 음악들—태(兌) / 가족과 가축 / 빵 부스러기 떨어진 저녁 식탁 / 주역 읽는 밤—설괘전
4부 내 안에 당신이 없기 때문에 나는 몸이 아프고
시극(詩劇): 손님—쌍절금(雙節琴) 애사
해설| 영원의 가장자리에서 우연을 견디다
오민석(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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