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백가 경제를 말하다 - 고대 현자들의 경제치국 방법론 -

사마천은 3천 년 통사 《사기》의 ‘실질적인 마지막 권’인 〈화식열전〉에서 공자가 천하에 명성을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제자 자공의 재력 덕분이었다고 단언했다.

한편, 사마천은 이 글에서 지식, 경제력, 문화적 소양을 두루 갖춘 ‘유상(儒商)’의 원형을 끌어내 현대의 상인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단서도 제공해주었다.

공자 사후 약 2500년 후인 2013년 11월 12일, 중국공산당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14억 인민의 복지, 공평, 분배의 문제를 거론하며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명언을 인용했다.

“재부가 적다고 걱정하기보다는 분배가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하고, 가난을 걱정 하기보다는 불안을 걱정한다.”(不患寡而患不均, 不患貧而患不安.)

분배의 불공평이 정치와 나라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공자의 경제관이 2500년 후에 소환된 것이다. 편저자는 이 대목에 주목해 제자백가의 선구로 꼽히는 춘추시대 초기의 인물 관중에서 사마천까지 약 500여 년 동안에 출현한 사상가, 학자, 정치가 13명의 경제관을 간결하게 정리하는 한편, 제자백가를 탄생시킨 춘추전국시대에 큰 관심을 가졌다.

즉 춘추전국을 거쳐 진나라가 통일할 때까지 550년 동안에 일어난 지배세력 교체 및 상인계층의 급성장이라는 당시의 사회 현상을 눈여겨보고, 통일을 추동해낸 근원적인 배경을 ‘경제’에 초점을 맞춰 풀어보려 한 것이다.

특이한 것은, 중국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고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소환되고 있는 제자백가 사상가들의 경제인식이 놀랍게도 현재 우리의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와 겹쳐 보인다는 점이다.

책에서 맨 먼저 소개한 관중의 경제관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적절한 소비가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소비론, ‘삶의 질이 윤리와 도덕과 체면을 결정한다’는 경제와 삶의 질의 함수관계, ‘백성이 부유해야 나라가 부유해진다’는 부민부국론이다. 2700년 전 관중의 주장과 최저임금과 최저시급을 놓고 시끄러운 우리 사회를 비교해보면 재밌는 현상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맹자 경제관의 핵심인 ‘항상론(恒産論)’과 ‘항심론(恒心論)’은 우리의 기본임금과 기본 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항산(恒産)이란 기본적인 생산수단을 말한다. 맹자는 백성에게 기본적인 고정자산이 있어야 나라의 정책이 먹힌다고 했다. ‘항산’이 있어야 백성들의 적극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맹자는 유가 우파의 핵심 인물로 보수주의자였다.

순자는 백성을 부유하게 해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여유롭게 해주어야 하고, 또 이롭게 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순자의 ‘부민(富民)·유민(裕民)·이민(利民)’론이다. 순자는 인간의 본능적인 이기심에 주목했고, 그런 백성을 다스리려면 그들이 요구하는 바를 먼저 주라고 했다. 그는 맹자보다 약 50년 후에 활동한 인물로 2300년 전 사람이다.

삶의 질이란 무엇인가? 그 삶의 질을 위해 경제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가?

2천수백 년 전, 이 질문에 대해 제자백가는 경제가 삶의 질에 절대적이라는 점을 짚어냈다. 그런데 이 질문은 지금 우리에게 던져진 절박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으며, 제자백가를 대표하는 각 인물들의 경제치국 사상에 관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편저자는 특히 마지막에 소개한 사마천에 관해서만은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사마천은 제자백가 사상가들의 경제관을 총정리하고, 부를 일군 사람들의 행적을 생동감 있게 기록했으며, 천시 받아온 상인을 재상의 반열에 올려놓는 등 신사고를 보여준 ‘개방형’ 역사가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편저자인 김영수 선생은 사마천을 30년 넘게 공부하고 있는 역사학자다.

경제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독자는 물론, 경제수치를 어려워하는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게끔 쉽게 썼다. 또 한자에 친숙하지 않은 세대를 위해 본문에는 한자를 가능한 한 배제했다. 대신 그 말의 원문 및 출처 등을 각 해당 인물의 명언, 부록, 찾아보기 ‘명언명구 편’에 넣어 밝혔다.

또 《사기》 〈화식열전〉에 나오는 경제관련 어록을 따로 모아 가나다 순으로 〈부록2〉로 정리해 독자들이 쉽게 찾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실용적인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제자백가와 관련한 서적들이 심심찮게 출간되었고 또 출간되고 있지만 경제문제에 주목한 책은 처음인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을 일독하는 일은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김영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現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고대 한·중 관계사로 석사 및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영산 원불교대학교 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현재 (사)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 중국 소진학회 초빙이사, 사마천의 고향인 중국 섬서성 한성시 사마천학회의 유일한 외국인 정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한·중 교류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자는 지난 25년 가까이 중국을 170여 차례 다니며 중국사의 현장과 연구를 접목해 그 성과를 대중화하는 남다른 영역을 개척해왔다. 특히 사마천과 『사기』를 역사현장과 결합해 심도 있게 연구해오고 있으며, 2007년에 방영된 EBS 특별기획 <김영수의 사기와 21세기>에서 그간의 성과를 대중들에게 알렸다. 또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CEO 및 공공기관의 리더들을 상대로 30여 년에 걸친 『사기』 연구를 통해 얻은 인문학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인문학과 기업, 경영을 접목한 리더십과 경영의 지혜를 강의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십 종의 중국 관련서를 번역 및 저술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제자백가 경제를 말하다』 『난세에 답하다』 『인간의 길』 등과 같은 『사기』 관련서가 있으며 중국의 역사·문화·교육 등 중국과 중국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저역서를 출간했다. 현재 10년째 『사기』 완역이라는 방대한 작업을 통해 중국을 한층 깊게 들여다보며 중국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를 탐색하는 대장정을 진행하고 있다.

 

편저자 서문: 제자백가는 왜 경제를 말하지 않으면 안 되었나? 4

제1부 제자백가의 경제사상 개관

1. 왜 제자백가의 경제사상에 주목했나 17
1-1. ‘선진’이라는 시대 구분 용어가 갖는 의미 21
1-2. 통일의 원동력 춘추전국시대 22
1-3. 춘추전국을 파악하는 키워드 ? 무한경쟁 25
1-4. 왜 춘추전국시대에 주목하는가? 27
1-5. 제자백가란? 29
1-6. 제자백가의 경제사상과 ‘유상’ 37
2. 제자백가의 경제사상 윤곽 잡기 49
2-1. 경제와 상업에 대한 제자백가의 인식 50
2-2. 유가 및 법가의 경제관이 후대에 미친 영향 52

제2부 제자백가 주요 사상가들의 경제인식

1. 관중: 세계 최초의 전문 경제사상가 57
1-1. 상인, 제상 그리고 경제사상가-관중의 생애 59
1-2. 포숙과의 동업-관중의 상업 활동 61
1-3. 관중의 나라-사마천이 목격한 제나라 지역 62
1-4. 산업구조 및 내정 개혁-개혁가 관중 63
1-5. 대외무역을 제1의 국책으로 63
1-6. 다양한 무역 형태와 경제외교 65
1-7. 예의와 염치를 아는 부가 진정한 부 66
1-8. 정책으로 실현된 관중의 경제사상 67
1-9. 실천으로 입증된 《관자》의 경제사상 70
1-10. 노동과 토지가 재부를 창출한다-관중에 대한 역대 평가 77
*관중과 관련된 명언명구 80
2. 정자산: 나는 세상을 구하고 싶을 따름이다 83
2-1. 약소국의 운명을 개척하다-정자산의 생애와 정치 85
2-2. 정자산의 경제정책과 경제사상 92
2-3. 그가 죽자 부모를 잃은 듯했다-정자산에 대한 평가 96
*정자산과 관련된 명언명구 98
3. 안영: 이익 추구에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100
3-1. 다재다능하고 청렴했던 정치가-안영의 생애 102
3-2. 지혜로 무장한 안영의 인품과 유머 103
3-3. 정책으로 확인한 이론-안영의 경제사상과 정책 107
3-4. 과도기의 제나라를 이끈 인물 111
*안영과 관련된 명언명구 112
4. 공자: 가난이 아니라 분배를 강조하다 114
4-1. 2500년 만에 다시 떠오른 공자 116
4-2. 공자의 경제관을 반영하는 몇 가지 일화들 117
4-3. 공자의 경제사상 122
4-4. 기울어진 평가와 그 영향 129
*공자와 관련된 명언명구 131
5. 노자: 작은 나라, 적은 백성이 답이다 134
5-1. 억지로 일삼지 말라-도가의 ‘무위’와 경제관 135
5-2. 신비한 존재-노자의 생애와 주요 사상 135
5-3. ‘무위’와 ‘부쟁’-노자의 경제사상 139
5-4. 노자의 유토피아; 소국과민-노자의 경제사상이 갖는 의미 143
*노자와 관련된 명언명구 144
6. 묵자: 나는 천한 사람이다 147
6-1. 사랑과 봉사의 삶-묵자의 생애 147
6-2 왜 ‘묵자호’일까? 150
6-3 묵자의 굴뚝에는 검댕이가 없다 152
6-4 이해관계에 대한 묵자의 통찰 152
6-5 윈·윈하라-경제에 관한 묵가의 기본 인식 153
6-6 노동 없이는 살 수 없다-묵자의 경제사상 154
6-7 작은 손해가 이익이다-묵자의 경제사상이 갖는 의미 161
*묵자와 관련된 명언명구 162
7. 상앙: 바꿀 수 있는 것은 다 바꾸어라 164
7-1 비운의 개혁가-상앙의 생애와 개혁 사상 166
7-2 개혁의 성공은 백성의 믿음에 달려 있다-상앙의 신목 168
7-3 무조건 나라가 부유해야 한다-상앙의 경제사상 169
7-4 철두철미 농업 중심 사상-상앙의 경제사상이 갖는 의미 174
*상앙과 관련된 명언명구 176
8. 맹자: 고정자산이 있어야 경제가 안정된다 178
8-1 민이 귀하고 군주는 가볍다-맹자의 생애 180
8-2 맹모삼천의 진실-맹자의 상업관 181
8-3 고정자산이 중요하다-맹자의 경제사상 183
8-4 후대에 묻힌 진보적 경제관-맹자의 경제사상이 갖는 의미 189
*맹자와 관련된 명언명구 190
9. 허행: 군주도 노동으로 먹고 살아야 한다 192
9-1 상인자본에 저항하다-허행의 간략한 생애 193
9-2 상업은 기만행위다-허행의 경제사상 194
*농가(허행)와 관련된 명언명구 196
10. 순자: 백성을 부유하게 하라 197
10-1 인간은 욕망하는 존재다-순자의 생애와 사상 197
10-2 이익을 추구하되 탐욕에 빠지지 말라-상업 유통과 순자의 경제 사상 200
10-3 욕망은 없앨 수 없으니 이끌어라-순자의 경제사상 202
10-4 말단을 끊어 근원이 흐르게 하라-개원과 절류 212
*순자와 관련된 명언명구 214
11. 한비자: 마키아벨리의 먼 조상 217
11-1 말더듬이의 비애-한비자의 생애 218
11-2 상인을 공격하다-농본공상말 220
11-3 전제 통치의 틀을 만들다-한비자의 경제사상 221
11-4 물질 조건이 인간을 결정한다-한비자의 경제사상이 갖는 의미 224
*한비자와 관련된 명언명구 226
12. 여불위: 천하 대국의 권력을 차지한 장사꾼 229
12-1 정치 도박에서 대박을 내다-여불위의 생애 231
12-2 자유방임의 전도사를 자처하다-여불위의 경제사상 233
*여불위와 관련된 명언명구 235
13. 사마천: 〈화식열전〉에 담긴 사마천의 경제사상 238
13-1 모든 산업이 함께 일어나야 한다-사업 병흥 240
13-2 상업과 상인의 역할이 중요하다-중상사상 243
13-3 경영과 관리가 중요하다-상공업 관리 246
13-4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상공업 인재관 249
13-5 화폐의 역사를 논하다-화폐관 254
13-6 빈부의 발생에는 나름의 이치가 있다-빈부관 256
13-7 모두가 이익을 꾀하기 위해서이다-개위리 257
13-8 최상의 정치란?-선인 258
13-9 이익에서 의리가 나온다-의리관 259
13-10 최초의 전문 경제학설-화식학 262
13-11 가정경제학의 출현-치생학 265
13-12 무관의 제왕-소봉 268
13-13 저주받은 명편-〈평준서〉와 〈화식열전〉 269
13-14 사마천 경제사상의 가치 273
*사마천과 관련된 명언명구 275

제3부 주요 제자백가의 사상적 특징
1. 제자백가의 백가쟁명 281
2. 유가 285
3. 도가 288
4. 묵가 292
5. 법가 295
6. 병가 297
7. 음양가 301
8. 종횡가 304
9. 명가 307
10. 잡가 310
11. 농가 312
12. 소설가 314
13. 의가 316
14. 화식가 318
15. 사가 322

부록1. 제자백가 연표 326
부록2 《사기》 〈화식열전〉의 명언명구 333

참고문헌 386
찾아보기: 사항/인명/지명/서책/경제관련 명언명구 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