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코로나19 팬데믹이 전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삶의 질서(뉴노멀)가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직접 접촉을 통해 이루어지던 많은 일들이 비대면 접촉을 통해 처리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산업 생산과 유통에서부터 개개인의 일상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질서는 새로운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그와 동시에 진행되는 전 지구적 규모의 이상기후에 따른 각종 기상이변 현상들은 기후재난 또한 가까운 미래가 아니라 지금-여기에서의 일이 되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일상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는 의문으로 남는다. 그 새로운 일상조차 오늘의 이 팬데믹 상황과 기후 위기 같은 전 지구적 위기를 낳은 성장주의의 변형된 한 양식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 말이다. 이때 ‘새로운’을 ‘새롭게’로 바꿔 보면 어떨까? ‘새로운’은 일회적이라면 ‘새롭게’는 항구적이다. 우리가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의 등장보다도, 이제 비로소 그 모든 것들의 본질을 새롭게 생각해 보는 태도를 일상적으로 창작하는 일이다.
첫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에게 지시하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인간의 모든 활동이 생명의 존속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어떠한 활동도 생명 가치를 넘어서는 일은 없다. 둘째는 새롭게 확인되는 사실은 우리가 모두 이어져 있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은 결국 우리가 자연 상태에서 이어져 있는 존재임을 전제로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다시 만나기 위하여 잠시 이별”하는 일이다. 셋째는 이 ‘이어짐’은 우선 전 지구적 차원에서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 교회가 지구상에서의 연결보다 인간과 신의 연결을 우선시하는 바람에 생기는 재확산 사태는, 일부 교회의 무지를 일깨우고도 남는다. 넷째는 ‘새롭게’라는 관점에서는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가 반드시 ‘전에 없던’ ‘새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존 밀림에서 신약물질(新藥物質)을 찾아내는 것처럼, 전 지구적 생명과 평화 시대를 재건할 열쇠는 오래된 미래의 지혜 속에 충분히 장착되어 있다. 필요한 것은 그것을 새롭게 발견하는 일이다.
일찍이 동학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는 ‘다시개벽’이라는 화두로서, 우리가 우리 삶과 우리 세계(사회, 국가)를 새롭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선언하였다. 160여 년 전의 일이다. 수운 최제우는 우리 자신(개개인)과 세계를 새롭게 하기, 그리하여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 세계와 그 속의 인간이 생명 평화의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공부와 단련으로서 21자 주문 수련을 통한 시천주(侍天主)의 각성법을 제시하였다. 그것은 수운 최제우를 이은 해월 최시형, 의암 손병희에 의해 양천주-각천주의 수련으로 확장되고 심화되었다. 이러한 수련법을 통해 동학-천도교의 스승들은 오늘 세계의 근간이 되는 근대-물질-자본-생산 중심의 문명에 대한 대안적 세계로서의 ‘다시개벽’을 주창하였고, 시천주-양천주-체천주에 기반한 철학과 사상들을 풍부하게 제시하였다.
수운 최제우 선생의 사상은 성리학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불도와 선도를 아우르고, 당시 조선에 갓 들어와 세력을 확대하던 서학(천주교)의 하느님 사상도 들어 있다. 한마디로 당대 우리나라에 전래되고 뿌리내린 모든 종교의 가르침을 조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수운 선생은 동학-천도교의 뿌리를 깊이 내렸다. 수운 선생을 계승한 해월 선생은 시대 상황과 세계사의 흐름에 조응하며 민중들의 삶에 밀착하여 공감하고 공동하면서 수운의 사상을 다양하게 가지 쳐서 뻗어나가게 함으로써 동학이 거목으로 성장하게 하였다. 그 원동력이 바로 위기 때마다 거듭해서 실시한 49일 수련이었다. 해월 선생은 민중 가까이에서 ‘한울님 모심[侍]과 살림[養]을 체행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가는 곳마다 동학의 새 숲을 일구어 나갔다. 수운이 뿌리요, 해월이 줄기와 가지라면 의암은 그것을 무성하게 하고 꽃피웠다고 할 수 있다. 의암 선생은 동학농민혁명 이후 완전히 꺼져 버릴 위험에 처한 동학의 불씨를 살려내어 ‘천도교’라는 근대적 종교로 중흥시켰다. 그 근간을 이룬 것은 한편으로 주문 수련을 통한 영적 수련으로서 성심신의 역량을 기르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근대적 교육 체계나 언론 출판의 활성화를 통한 민족의 근대적 정치 역량을 함양하는 것이었다.
동학-천도교는 우리 민중들이 ‘십이제국 괴질운수’라고 일컬어지는 숱한 팬데믹을 헤쳐 나오면서 깨달은 지혜가 함축되어 있다. 또한 위기와 재난의 극복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이 세계의 생명력을 강화하고 그 생명력과 완전하게 연결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사상), 그 방법론을 담고 있다. 『동학을 배우다 마음을 살리다』는 그러한 지혜와 사상과 방법론을 다양한 관점에서 되풀이해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가 바라는 생명 평화의 세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운동과 혁명만이 전부가 아니라, 그 이면-바탕에 동학-천도교의 주문 수련법에 따라 심신과 영성을 수련하고, 지혜와 지성을 수양하는 절차와 도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하게 시사한다.
작가 소개
1967년 경남 양산 출생.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유학과에서 맹자의 수양론으로 석사학위를, 주자의 수양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교에서는 이기동 교수님의 지도하에 동양철학 수양론의 이론적인 부분을 공부했고, 밖에서는 실제 수련에 참여하여 김열권 거사에게 위빠사나 수련을 배웠으며, 김태완 거사에게 설법을 들으면서 본질을 찾는 특이한 수련 방
법을 배웠다. 이론 공부와 실제 수련 경험 덕분에 박사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후에 동학의 주문 수련법을 만나서 지금은 주문 수련에 열중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맹자의 호연지기 연구」, 「주자의 거경궁리론 연구」, 「정이천의 심성수양론 연구」, 「동학의 수양론 연구」, 「주자의 거경과 해월의 수심정기 비교 연구」 등이 있다. 현재는 동학과 동양철학의 수련법을 비교하는 데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영산대학교에서 동양사상과 글쓰기를, 천도교종학대학원부산분원에서 천도교 교리를, 그리고 울산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논어·도덕경·금강경 등의 동양고전을 가르치고 있다.
목 차
여는 글―동학의 수련법 총론 : 시천주-양천주-각천주
제1부 수운 최제우 : 하늘을 더불어 모시다
Ⅰ. 수운 최제우는 어떻게 살았는가?
1. 혼돈의 변경에 서다 2.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다
3. 새로운 길을 찾아, 돌아오다 4. 새로운 길, 동학을 열다
5. 한울의 덕을, 펼치다-포덕 6. 한울 속으로 돌아가, 순도하다
Ⅱ. 노자의 허심과 수운의 수심 수련법 비교
1. 들어가는 말 2. 노자의 허심 수련법
3. 수운의 수심 수련법 4. 허심과 수심 수련법 비교
5 .나가는 말
Ⅲ. 선불교의 화두선과 동학의 주문 수련법 비교
1. 들어가는 말 2. 육조혜능·마조도일·대혜종교의 수련법
3. 동학의 21자 주문 수련법 4. 화두선과 주문 수련법 비교
5. 나가는 말
Ⅳ. 양명의 치양지와 수운의 시천주 비교
1. 들어가는 말 2. 왕양명과 최제우의 삶과 새로운 수련법
3. 양지(良知)와 천주(天主) 비교 4. 양명과 수운의 수련방법론 비교
5. 나가는 말
제2부 해월 최시형 : 땅을 더불어 그리다
Ⅰ. 해월 최시형은 어떻게 살았는가?
1. 청년 해월, 동학을 만나다 2. 40대의 해월, 동학을 계승하고 재건하다
3. 50대의 해월, 동학을 널리 펴다 4. 60대의 해월, 동학 세상을 지향하다
5. 70대의 해월, 도를 전하고 순도하다
Ⅱ. 해월 최시형의 이심치심 수련법
1. 들어가는 말 2. 이심(以心)
3. 치심(治心) 4. 나가는 말
Ⅲ. 주자의 거경과 해월의 수심정기 비교
1. 들어가는 말 2. 주자의 거경
3. 해월의 수심정기 4. 거경궁리와 수심정기의 비교
제3부 의암 손병희 : 세상을 더불어 살리다
Ⅰ. 의암 손병희는 어떻게 살았는가?
1. 의기남아로 자라나다 2. 새 시대의 동학 청년이 되다
3. 백천간두에 선 동학을 짊어지다 4.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다
5. 다시, 개벽하여 천도교 시대를 열다 6. 인류의 가슴에 새 문명 정신을 새기다
7. 의암, 한울로 돌아가 세상에 드러나다
Ⅱ. 의암 손병희의 심성 수련법 연구
1. 들어가는 말 2. 본론
3. 나가는 말
Ⅲ. 의암 손병희의 이신환성설 연구
1. 들어가는 말 2. 신·심·성과 소체·대체의 관계
3. 육신관념을 성령관념으로 바꾸다 4. 나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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