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당대 최고의 명창 박녹주를 향한 김유정의 짝사랑 연애편지 심부름을 하고, 거절의 의사를 위조한 편지를 다시 유정에게 전했던 이가 안회남이란 필명으로 알려진 안필승이다. 유정은 죽기 열하루 전 그 필승에게 서신을 띄웠다. 악화된 병세에 고향으로 내려간 유정은 ‘이글이글 끓는 명일(明日)의 희망’을 다지며 닭 삼십 마리를 고아 먹고 땅꾼을 사서 살모사와 구렁이를 십여 마리 달여 먹을 계획을 세웠다. 그러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유정은 필승에게 일거리를 구해달라 청한 것이다.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번역을 한다는 것이 병을 더치는 일임을 알면서도 유정은 병마와의 최후 담판이 고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여 그렇게 승부수를 던졌다. 유정은 이 편지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돈, 돈”을 연발한다. 그러면서 그런 자신의 모습이 슬픈 일이라 자조한다.
문단 데뷔 전 일본에 잠시 머물던 현덕은 막일을 나갔으나 흙 바구니를 지지 못하여 쓰러지고 쓰러지다가 결국 감독에게 쫓겨난 일이 있었다. 그날 울다 웃다 요도가와(淀川) 뚝을 홀로 걸으며 현덕은 자신의 몸이 그 일을 지탱해 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 쓰일 수 없는 몸으로 할 수 있는 최후의 한 가지 일로 동경해 오던 문학의 길을 밟아 보겠다고 결심한 그는 귀경했다. 이 가난한 청년을 문학의 세계로 이끈 이는 김유정이었다. 유정의 권유로 문인이 되겠다는 뜻을 굳힌 현덕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하여 소설가로 등단했다. 그 후 어느 날 현덕은 유정의 병이 극심해진 사실을 인편으로 듣고 놀란 마음에 황황히 뛰어가려 하나, 때마침 그의 아우가 과한 객혈로 정신을 잃고 눕는 바람에 붙들리고 만다. 현덕은 돈이 없어 약 한 첩 못 쓴 채 형으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동생을 우울히 지키고만 앉아 있는 자신의 처지를 유정에게 편지로 전했다. ‘한편에는 아우가 누었고, 다른 한편에는 동무가 누었고, 이렇게 시급히 돈이 필요하건만 현덕에게는 왜 그리 없는 것이 많은지’라며 유정은 탄식했다. 그러면서 현덕에게 처세의 길을 열어 줄 수 없어 내치어 굴리더니 마침내는 주저앉히고야 만 세상을 한탄했다. 그리고 그 원망은 다시 “아 나에게 돈이 왜 없었든가.”라는 절규로 이어졌다. 안타깝게도 유정은 필승으로부터 끝내 답장을 받지 못했다. 폐결핵이 초대한 죽음이 앞서 도착했기 때문이다. 유정의 마지막 곁을 지킨 이는 현덕이었다.
비단 김유정과 현덕만이 아니다. 우리 근대의 소설가들은 자칭 타칭 천재요 지식인이었지만, 그들의 최고 비기라 할 글쓰기가 밥벌이가 된 순간 이내 가난을 제2의 숙명으로 떠안아야 했다. 그림자처럼 잠시도 곁을 떠나지 않는 빈궁은 필연코 이들에게 질병을 선물했고, 드디어 그들의 무릎을 꺾어놓고야 말았다. 소설쟁이로 불린 그들은 얼어 죽어도 곁불은 쬐지 않는다는 앞선 시대의 문사(文士)로 더 이상 남을 수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사회주의의 세례를 받았던 이들 상당수는 전향이라는 이름으로 변절을 선언했고, 그 가운데 다수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부왜(附倭)를 넘어 친일의 길로 나섰다. 해방이 왔다고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참에 좌우익으로 갈린 그들은 펜을 벼리어 서로의 목줄을 겨누었다. 그리고 이내 각자의 피난처를 찾아 남과 북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한반도 어디에도 그들을 따뜻이 품을 줄 곳은 없었다. 결국은 두 세계 모두로부터 배척당했고 경계인으로 내쳐졌다. 자신이 목멘 글쓰기에 숨을 내놓고야 마는 루저(loser, 잉여인간)로서 그렇게 그들은 스스로 예비한 몰락의 수순을 밟아갔다. 한국의 근대소설사는 가히 이들 루저가 미리 쓴 공모의 종생기(終生記)나 다름이 없다.
우리 근대의 루저들이 남긴 그 유언장을 소설 나부랭이라 비아냥대는 듯한 환청에 숱하게 시달리면서도 이 책의 집필을 멈출 수 없었던 이유는 그들의 글쓰기가 생존을 위한 각혈과 각골의 기록이요, 정신의 고투이자 노동이었다는 사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기억하지 않는 후세들에게 그들이 가질 억하심사를 차마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붙들린 부채의식이 이 책의 자산이자 그 천기를 엿본 필자가 치르는 죗값일 터다.
한국전쟁의 와중에도 염상섭은 장편 『취우(驟雨)』(〈〈조선일보〉〉, 1952. 7~1953. 2.)의 연재를 완결지은 바 있다. 이 작품의 연재를 앞두고 그는 다음과 같은 소회를 밝혔다.
나는 이번 난리를 겪으면서 문득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썰물같이 밀려가는 피난민의 떼를 담배를 피우며 손주 새끼와 태연 무심히 바라보는 노인의 얼굴과 강아지의 우두커니 섰는 꼴이다. 길 이편에서는 소낙비가 쏟아지는데 마주 뵈는 건너편에서는 햇살이 쨍이 비추는 것을 눈이 부시게 바라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생각하면 이런 큰 환란을 만난 뒤에 우리의 생각과 생활과 감정에는 이와 같이 너무나 왕정 뛰게 얼룩이 진 것이 사실이다. 그 얼룩을 그려보려는 것이다.
염상섭은 그처럼 난데없이 찾아든 동란을 소나기에, 그리고 그 후유증을 얼룩에 비유했다. 소설의 제목 ‘취우(驟雨)’는 노자의 ?도덕경?의 한 구절, “사나운 바람은 아침 내내 부는 일이 없고, 소나기는 하루 종일 오는 일이 없다(故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에서 따온 것이다. 염상섭은 이 제목을 내걸어 미증유의 전쟁 역시 언젠가는 지나가고야 말 소나기처럼 생의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여 소설은 죽음이 문밖에 기다리고 있는 전시에도 돈과 사랑을 향한 일상의 욕망이 평시와 다를 바 없이 활개 젖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2019년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난이 될지도 모를 역병이 창궐했다. 한때의 소나기라 낙관하기엔 우리 모두 강 이편 불 한가운데 서 있다. 그러나 염상섭의 무심한 눈길을 스쳤던 것처럼 삶은 계속되고, 이 시간 역시 이내 지나간 미래가 될 것이다. 그날이 오기까지 과거의 소설을 읽는 일이 우리에게 정신의 면역력을 선사하리라.
작가 소개
지은이 : 김병길
연세대학교에서 한국근현대소설을 공부한 후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연구하는 중이다.
저서로 『 우리말의 이단아들』(글누림), 『 정전의 질투』(소명출판), 『 역사문학 속(俗)과 통(通)하다』(삼인), 『 역사소설, 자미(滋味)에 빠지다』(삼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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