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2010년 계간 《불교문예》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용호 시인이 세 번째 시집 『팔순의 어머니께서 아들의 시집을 읽으시네』를 <실천문학 시인선> 45번으로 펴냈다. 이 시집에는 4부로 각 부당 13편, 총 52편의 시들이 실려 있다.
이성혁 문학평론가는“그의 시에 등장하는 이들은 주로 가난하고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일에 치여 아내의 기일을 챙기지 못할까 걱정하는 어부, 한 끼 식사를 위해 일해야 하는 일용직 노동자,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장치가 부실한 일터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제주 4·3’이나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가족 등이 그들이다. 그의 시는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의 삶을 그 깊은 곳으로부터 끌어올려 펼쳐낸다. 그럼으로써 이 시집은 우리네 삶의 깊이와 넓이를 모두 갖추는, 근래 보기 드문 성과를 이루어내고 있다.”고 추천사의 찬양을 하고 있다.
사실,‘시인의 말’에서도 내 시는 “내 시가 / 그대의 허물어진 뒷모습을 감쌀 수만 있다면/그리하여 그대에게 온기 가득한 손을 내밀 수만 있다면 / 이제 팔십의 고개를 넘어가고 계신 /나의 영원한 늙어가는 옛 애인인 / 어머니께 이 시집을 바친다.”고 헌사했듯이 이 시집의 첫 제목은 『나의 늙어가는 옛 애인에게』로 어머니에 대한 헌정시였지만, 마지막에 이 제목의 시가 이 시집애서 제외되면서 『팔순의 어머니께서 아들의 시집을 읽으시네』로 결정했다.
그렇지만 편집부에서는 이 헌정시들은 4부로 돌렸고, 여행지나 역사적 장소의 시들이 주제나 시적 기교면에서 더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하여 이 시집의 주류로 1~2부에 전면 배치했다.
삶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진실성 없는 시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
시가 뭐 별거겠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면
그게 시겠지
하루 세 끼 잘 챙겨 먹고 술 좀 줄여라
시도 먼저 사람이 있고 그 다음인 거지
뭐 별거겠니
(중략)
부처님 말씀처럼
알아듣게 써 봐라
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게 쓴다면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지
나뭇잎 하나에도 말씀을 전하는 게
풀 한 포기에도 가슴을 얹어 두는 거
그게 시가 아니겠니
뭐 시가 별거겠어
다 사람 사는 일이지
― 「팔순의 어머니께서 아들의 시집을 읽으시네」(부분)
4·3 때 희생된 사람들이 같은 부락의 사람들일 때에는 제삿날도 모두 같다고 하더라고요. 제사야 지내는 시간이 거의 일정하니깐 한 마을에서 일제히 축문이 읽혀지고 향이 타오른다는 것이 지금도 살아 있는 이 땅의 비극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들의 제삿날이 모두 한 날인 우리 마을에선
상차림을 할 수 있는 밥상도 소각 때 불타고 없어져
병든 큰형님이 하루 종일 가슴으로 낫을 갈아 제상을
깎았어요
어둠도 밀려와 흐느끼다 가는지
군데군데 저녁의 냄새를 뱉어놓는 자시(子時)가 되면
먼 산의 그림자는 자꾸 달빛을 갉아 먹고
송진 내음 어슴푸레 풍기는 제상 위에는
묵 한 모 마른 생선 세 마리
그 옆엔 고사리 무나물 한 접시
그래도 흰 쌀밥을 고봉 높게 진설하면
기나긴 울음들은 어디로 또 흘러들어 가는지
많고 많던 눈물들도 모두 소각되는 것 같았어요
뚝뚝 눈물을 훔치고 나서면
거의 한날한시에 교향곡처럼 울리는 곡소리가
우리들 귓가를 아프게 저며 왔어요
― 「우리들의 제삿날」 (부분)
혁명을 외치던 대학 시절의 친구들이 하나 둘 자본주의의 틀 안으로 정착해 갈 때 남는 것은 역시 변함없는 자본의 논리였어요. 저도 역시 별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죠.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강했죠. 생존은 그 어떤 실존보다도 선행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제가 질주해 간 80년대의 틀 속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지금은 오히려 이해 안 되는 시절이잖아요. 나의 이익과 관계없는 여러 사람들의 공익과 이념을 위해 헌신한다는 게 지금의 논리론 이해가 안 되죠. 그 정신적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무작정 떠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혼자 여행을 다니며 많은 생각들을 해 보게 됐어요
어제는
정치꾼이 된 옛 친구를 만났지
그는 한때 귀족 노조가 되어 버린 회사에서
가슴에 이마에 띠를 두르고
한세상을 함성으로 채워 나갔었지
칠흑같이 보이지 않는 세상
귀머거리 벙어리 장님 삼 년에도
세상은 그 어떤 변명조차도 내어놓지 않았네
정치꾼이 된 어제의 동지들도
귀족 노조가 된 후배도
재벌의 뒤를 닦는 변호사 선배도
고문 후유증으로 여태까지 노모가 대소변을 받아야 하는 친구도
사실은 독재가 그리웠던 어르신도
잘 먹고 잘살게만 해 주면 그만인 민족도
여전히 건재한 친일파 후손도
그보다 더 건재한 발포 책임자도
어쩌지 않고 어쩔 생각도 없는 대다수도
실은 있지도 않았던 이념도
있어도 소용없는 법도
전설 속에서나 나왔던 민주와 민중도
―「혁명과 은둔」(부분)
장소와 지역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시는 사실 우리 주위에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감성에 기초한 사유가 대부분인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해 왔어요. 저는 우리나라의 여러 곳을 다녀보면서 각 지역마다 나름대로의 특성과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여기에 보다 나은 삶과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보편적 가치를 투영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왔어요. 목포 등지의 호남 지역에서 발효와 겸손의 이미지를, 부산 월내항 등의 영남 지역에서 연대와 공존의 의미를 형상화해 보는 것이죠. 이번 시집에서는 ‘장소성’이라는 화두를 바탕으로 하여 우리 시의 의미 지평을 넓혀 보고자 했어요. 그 속에는 유배나 의병의 소재가 있고 방랑과 성장이 있으며 고독과 은일, 생태 환경과 역사가 자리 잡고 있어요.
사내가 제방에 앉아 소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본다 제
몸 하나 추스르기에도 버거운지 바다도 가끔씩 말을 걸어
온다 어떨 때는 자신의 족적을 남기려는 듯 사내 주변에
한창 머무는 때도 있었다 바다도 작은 가슴으로 한세월을
버틸까 먼저 세상 떠난 아내의 음성이 모래사장으로 가끔
씩 기어나온다 무정한 사람, 슬리퍼 하나 사서 내일은 아
내의 산소에 가야겠다고 사내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가
게에서 흥정을 하는 아낙의 그림자 위로 아내의 환영이
멀리서 장맛비로 밀려오고 있었다 사내는 눈물을 훔치다
말고 바다가 전해 주는 비릿한 냄새를 맡는다 그래, 이젠
일어나야지 내 생애에 가장 빛나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
자, 집으로 걸어가는 사내의 등 뒤로 수평선이 아득히 출
렁이고 있었다
― 「월내항」 (부분)
모든 존재들이 다 시간의 흐름 속에 있고 그 속에서 서서히 늙어 간다는 것이겠죠. 제가 사랑하는 대상의 늙어 가는 모습을 옆에서 바라본다는 것만큼 슬프지만 아름다운 일도 없다고 봅니다.
구세상의 끝에서 그대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오늘의 수평
선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가도 가도 끝없이 넓은 하늘로
필사의 각오를 하고 바닷새 떼들 날아가지만 새롭게 버려
야 하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까닭에 절반은 뭍에 가두고
나머지 반은 빗장을 열어 둔 채로 그대를 받아들입니다
전에는 허공을 향하여 내 안에서 타오르는 소중한 것들을
무조건 내놓았지만 정작 셈을 하고 미래의 손익 분기점
을 생각지는 않았습니다 그 무엇을 원하지도 않았으니 당
장에라도 달라질 건 없을 것입니다 서서히 다가오는 태풍
도 점차 사그라든다는 일기 예보를 듣고 나니 이제 마음
놓고 시선은 저 능선 위에 떠 있는 별들에게도 주고 싶습
니다 얼마 전 내린 폭우로 이것저것 쓸려갔을 지상에서의
걱정도 저만큼 쌓여 있을 테지만 바람이 잦아들면 또 해
가 떠오르듯이 남부럽지 않을 것들도 서서히 내어놓을 것
입니다 시선을 거두는 곳에 새로운 항로를 묻고 그대에게
보내는 기호에 민감하듯 부름에 응하는 것들에게는 마음
에 꺼지지 않을 오롯한 등불 하나 계속 켜두겠습니다 그
러다 하늘에서 임종을 고하는 별똥별 하나라도 떨어지면
폭풍우 속에서도 떨고 있을 그대를 살피는 일 또한 잠시
도 거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이만 총총
― 「오이도 등대」(전문)
작가 소개
서울에서 출생했다. 2010년 계간 《불교문예》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유배된 자는 말이 많다』, 『내 안에 타오르던 그대의 한 생애』가 있다. 중봉조헌문학상 우수상, 김포문학상 우수상, 교단문예상, 목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목 차
제1부
회룡포
신두리 해안사구
오이도 등대
삼길포항
노적봉
삼학도
오천항
월내항
방파제
격포
천리포
풍천장어
제2부
정암루 솥바위
노도의 밤
선몽대
죽호정
황토현
내소사
우리들의 제삿날
백조일손지묘
북촌리
그녀의 무명천
대할망의 눈물
다랑쉬굴
제3부
빌뱅이 언덕
성주사지
통영 시락국
거미 인간
절개지 사초 풀
눈사람
쪽방촌
산책
소멸에 깃들다
장의사
애도하는 시간이 오면 우리는
둥굴레 차 끓이는 저녁
제4부
체 게바라를 읽는 겨울밤 93
파키라 여인 95
계단의 문법 97
팔순의 어머니께서 아들의 시집을 읽으시네 99
모서리가 둥글어지는 시간 101
나의 서정시는 103
내가 모르는 너의 슬픔은 105
허리 107
환절기 109
우리 동네 백옥 세탁소 111
그의 휴대폰 113
혁명과 은둔
저자 산문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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