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서평(리헌석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발췌하였음)
#1 이경로 시인은 다작의 시인입니다. 생활 염직이라는 또 다른 예술활동과 함께 삶의 구체적 요소들이 시적 제재로 작용합니다. 그리하여 2021년에 셋째 시집 『감물염직』을 발간하여, 그와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80여 편의 작품 대부분이 삶의 언저리에서 일상으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소재입니다. 그 소재에 시인의 독자성을 투영하여 예술 작품으로 완성합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땡감 으깨어 얻은 물에
옥양목 뽀얗게 세수 시킨다.
하얀 구름 보고 펄러덕 펄럭
햇살 따라 날갯짓 훨훨
도랑물 촐랑촐랑 같이 놀자고
숲에서 나오며 아장걸음인데
해넘이 석양에 빨간 구름
하얀 손짓에 고운 노래
감나무 곁 빨랫줄에
감물 머금어 물든 면포
바람에 날리는 뒤태가 곱다.
-「감물 염색」 전문
이경노 시인은 자연을 활용하여 생활염직에 나섰으며, 살고 있는 지역에서 선구자적인 분입니다. 한 분야의 예술에 뛰어난 분은 인접 예술 분야에도 감수성이 동일하게 작용되어 좋은 작품을 빚게 마련입니다. 이 작품도 시(詩) 형식의 예술 작품이면서, 그 제재는 ‘감물 염색’이라는 생활예술이 교집합(交集合)을 이룬 미적 결과물입니다.
#2 이경노 시인이 ‘산문시’ 형식으로 빚은 「멍들은 농심」을 감상하면서 독자들의 가슴도 먹먹해질 터입니다. 농촌 마을에 불어닥친 〈소용돌이 물길을 얼마나 견딜지,/ 내일의 기약이 없는 것이/ 어찌 소상공인 뿐이랴〉라며 농민도 도시의 소상공인과 같은 처지임을 밝힙니다. 소상공인에게는 정부에서 위로금과 장려금을 지급하며 자립과 재생을 도와주는데, 그러한 시례가 농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것입니다. 〈곳간은 비었는데 빚만이 얹혀 있는〉 것이 〈자연의 탓만〉은 아니라며, 위정자들을 향하여 가슴 아프게 호소합니다.
이 같은 시골살이의 어려움을 작품에 담아내는 이경노 시인의 자세는 바로 향토를 사랑하는 시심입니다. 그는 향토애와 더불어 자연현상에 시인의 감수성을 융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성합니다.
#3 이경노 시인은 작품 「문학사랑 축제」에서 시 창작에 대한 열망을 승화시킵니다. 〈때가 되면 시가 민들레 꽃씨로/ 곳곳에 날아가 뿌리 내릴 것이다.〉 〈건조한 밭 자갈돌 틈새로 비집고 들어가/ 사랑의 떡잎을 틔울 것이다.〉 기대하면서 세상의 ‘임’들에게 사랑의 시를 나누고자합니다.
그는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 「도전」에서 〈새해 아침에 까치가 다녀갔다〉며 좋은 징조라고 수긍합니다. 그리하여 〈산속의 염색쟁이/ 글쟁이 되는 떨림〉으로 도전장을 내밀어 보겠다고 의지를 다집니다. 자연의 나이는 해마다 숫자를 더하겠지만, 이러한 도전을 지속하는 한 그의 창작 정신은 더욱 청청해질 터입니다. 그리하여 독자들의 가슴에 서정의 맑은 샘물을 길어 주는 시인으로 거듭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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