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세상이 아름다운 건 당신의 눈이 빛나기 때문
초봄이 되면 화원 앞에는 화려한 색깔과 모양으로 피어나는 꽃잔치가 벌어진다. 자태를 뽐내듯 다투어 피어나는 화초들에 비해 대부분의 야생화는 다소곳하고 청초한 느낌을 준다.
올해는 금낭화와 은방울꽃, 비비추, 매발톱 등을 조심스럽게 마당의 화단에 작은 터를 닦고 심었다. 야생화는 생명력이 길다. 외국산 봄꽃들은 대부분 일년초로 몇 개월 가지 못해 생명을 다하고 스러지는데 야생화는 숙근초로 가을까지 푸르름을 계속 보여준다. 겨울엔 줄기와 잎들이 시들어 없어지지만 뿌리는 남는다. 이듬해 봄이 오면 남은 뿌리나 땅에 떨어졌던 작은 씨앗들이 싹을 피워내는 것이다.
화려한 꽃보다는 야생화처럼 잔잔한 글
두 해 전에 함양에 갔었다. 전통 고택의 장독대 옆에 다소곳하게 눈길을 끄는 꽃이 있었다. 금낭화였다.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화단 한쪽에 심었는데 하나는 힘들었는지 활착이 더디고 힘겨워했다. 다른 하나는 잘 크면서 4월 말부터 꽃을 피웠다. 활대처럼 부드럽게 뻗은 꽃대에 복주머니 마냥 나란히 매달린 진분홍빛 꽃들이 앙증맞게 다가왔다.
나는 화려한 꽃보다는 야생화처럼 잔잔한 글을 낳고 싶다. 내가 쓴 글이 미세한 향기를 지니고 읽는 사람들의 가슴에 작은 물결을 일게 하고 싶다. 입가를 살짝 밀어 올리는 미소를 선물하고 싶다. 그러나 산문을 쓸수록 자신의 글쓰기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며 탄식한다.
가슴 아래에서 깊숙이 묵은 감정들, 살아오면서 다듬었던 생각들을 녹여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다듬이돌에 올려놓은 원고들을 열심히 방망이질해서 잘 펴야 하는데 종잡을 수 없는 사유들이 있었다. 정성이 부족한 탓이다. 여러 모양으로 장롱 속에 박혀 있던 옷들을 꺼내어 고슬고슬 말리고 싶었다. 곰팡이 슬고 눅눅한 심장을 꺼내 햇볕을 쐬어주고 싶었다.
-저자 펴내는 글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박광영
아웃사이더나 이방인이란 단어가 던져주는 쓸쓸하면서도 낭만적인 느낌을 좋아했다. 포도를 따먹지 못한 여우처럼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잔재주가 있다. 왜 포도에서 신맛이 날까.
2014년, 계간 《시와정신》을 통해 시인으로 데뷔했고, 2019년에 첫 시집 『그리운 만큼의 거리』를 출간했다.
목 차
작가 프로필 · 4
서문 ● 세상이 아름다운 건 당신의 눈이 빛나기 때문 · 5
1. 그들의 발자국을 찾아서
알래스카 사진사 12
제대로 가고는 있는 거야 20
그들을 따라나선 길 1 24
그들을 따라나선 길 2 34
소박함에 대한 동경 52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한다 59
시카고 문학기행에 참가하다 67
2. 텃밭지기를 꿈꾸며
나는 잡초가 아니라고요 82
기적의 사과 86
텃밭 일기 1 96
텃밭 일기 2 101
나만 이럴까 107
지리산 산행 112
선암사 가는 길 123
3. 그때 짧은 생각들
인디고서원 146
소소한 일의 기적 151
반칙왕 156
얼굴이 벌게지는 순간 161
어린 왕자를 만나러 간다 169
비극을 보는 시선 174
4. 돌의 시간
시와의 동거 182
어느 별에 관하여 186
삼단(三短)의 시인을 만나다 192
그 섬에는 바람이 있었네 200
통영 동피랑에서 204
혼불의 작가 최명희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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