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런 작품을 ‘고전’이라 불러야 하는구나, 새로이 실감한다.” ─정이현(소설가)
1929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당대 《위대한 개츠비》보다 네 배 이상 팔린 센세이셔널 데뷔작
조이스 캐럴 오츠, 비비언 고닉, 정이현 추천!
《뉴요커》 《뉴욕 타임스》 등 유수의 매체가 열광한
재즈 시대의 잊혀진 걸작
얼마나 많은 여성 작가들의 생생한 언어가 ‘가볍고 경박하다’ ‘대수롭지 않다’ ‘뻔하다’ ‘수다스럽다’ 등등의 무례하고 일방적인 폄훼 속에 사라져갔는가. 입체적인 인물의 목소리와 현대적 감수성이 선명히 느껴진다. 지금도 살아 있다. 이런 작품을 ‘고전’이라 불러야 하는구나, 새로이 실감한다. ─정이현
피츠제럴드의 시선을 여성의 관점으로 옮겨놓은 듯한 작품. 마치 도로시 파커, 노엘 카워드, 오스카 와일드가 함께 손잡고 빅토리아 시대 이후의 성(性) 전쟁을 탐구한 것 같다. ─조이스 캐럴 오츠
상실된 사랑의 복잡함을, 첫 젊음을 잃는 데 이어 두 번째 젊음마저 잃는 그 감각을 지면 위에 담아내는 능력에 점점 더 깊이 마음이 흔들렸다. ─비비언 고닉
1929년 출간되자마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당대 《위대한 개츠비》보다 네 배 이상 판매되었고, ‘현대적 이혼’과 ‘전처’라는 개념을 제시했던 문제작 《엑스와이프》가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소설은 1차 세계대전으로 유례 없는 경제적 호황을 누린 1920년대 미국의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패트리샤와 남편 피터는 둘 다 직장을 다니면서 술과 담배, 댄스파티, 쇼핑을 즐기는 등 세련된 결혼 생활을 한다. 두 사람은 “현대적인 부부”답게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고 질투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피터는 패트리샤가 여행을 간 동안 “불행한 유부녀”와 하룻밤을 보내고, 패트리샤는 상처를 받는다. 패트리샤도 피터의 친구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그 사실을 피터에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피터의 외도에 대해 아무 불만도 표시하지 않았던 패트리샤와 달리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사람”(40쪽)이 아닌 그녀에 대해 곱씹던 피터는 ‘순수한’ 새 여자를 만나고, 이혼을 요구한다. 패트리샤는 피터와 내연녀에게 복수하는 마음으로, 한편으로는 언젠가 피터가 자신에게 돌아올 거라고 기대하면서 법적으로는 이혼해줄 수 없다고 통보한다. 피터와 별거하게 된 패트리샤는 이전 시대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여성, ‘전처’의 삶으로 뛰어든다.
《엑스와이프》에는 저자 어설라 패럿의 자전적인 요소가 곳곳에 반영되어 있다. 패럿은 데뷔작인 이 소설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재즈 시대 뉴욕 문단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작가 반열에 올랐다. 패럿은 보스턴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래드클리프 칼리지를 졸업하고 기자 생활을 한 엘리트 여성이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1922년 《뉴욕 타임스》 외신 기자였던 린지 패럿과 결혼하며 꼬이기 시작한다. 4년에 불과했던 결혼 생활을 청산한 후 업계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패럿은 한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홀로 아들을 키우며 생활고에 시달리던 패럿은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 《엑스와이프》를 세상에 내놓는다. “피츠제럴드의 시선을 여성의 관점으로 옮겨놓은 듯한 작품”이라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말처럼 ‘아름답고 멍청하고,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속물’로 그려지는 《위대한 개츠비》 속 데이지가 작가 어설라 패럿의 페르소나이기도 한 패트리샤의 자기 고백을 통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우린 ‘영원한 사랑’과 ‘절대 순결’이라는 낡아빠진 깃발 아래서 자랐는데,
이제 하룻밤 불장난의 시대에 적응하며 살아야 해.”
파탄 난 결혼, 실패한 연애, 낙태, 술과 원나잇 스탠드,
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는 그릴 수 없었던
진정한 ‘현대 여성’의 시작점
미국에서 이혼의 낙인이 옅어지고 이혼율이 높아지던 시기, 이 소설은 새로운 여성을 제시했다. 직업적 · 경제적 · 낭만적 자유를 추구하는 여성 말이다. 그녀는 낮에는 커리어를 좇고 밤에는 레스토랑, 비밀스러운 바, 연애로 얼룩진 세계를 헤맸다. ─《뉴요커》
대중은 ‘엑스와이프’라는 개념, 혹은 단어 자체를 이 제목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했다.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
《엑스와이프》를 통해 제시된 ‘전처’ ‘이혼녀’라는 여성상은 완전히 새로운 ‘현대 여성’의 개념이었다. “자기 남자가 잘해주면 행복했고, 나이가 들면서 자식들이 잘 살면 행복했”(134쪽)던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에겐 외도할 기회나 이혼 이후의 삶을 상상할 길이 없었다. 1920년대로 접어들며 여성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되고, 여성도 경제적 독립을 이룰 수 있게 되었으며 점차 현대적인 결혼 제도가 자리잡는다. 이혼할 자유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를 지나 연애와 결혼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남성으로부터의 자유를 선택한 ‘전처’들은 “너무 자유로워서 집세도 내야 하고, 옷도 스스로 사 입어야 하고, 남편 하나의 비위를 맞추는 대신 세 명에서 여덟 명쯤 되는 직장 상사의 별별 기이한 행동을 참아줘야”(132~133쪽) 한다. 유일하게 받아들여지는 법적 이혼 사유인 간통죄를 성립시키기 위해 위증도 하고, 축복받지 못하는 아기를 낳지 않기 위해 낙태도 감행한다. 특히 가장 충격적이고 논쟁적인 부분으로 손꼽히는 낙태 장면은 당시로서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겁먹지 마, 패트리샤. 시카고시에서는 하루에 천 명씩 한다잖아.”(68쪽))을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였다. 전처들은 결혼식 때 약속한 ‘영원한 사랑’과 ‘절대 순결’을 내던져버리고 “남자들처럼 모험을 위해, 순간적인 즐거움을 위해”(142쪽) 마음껏 원나잇 스탠드도 즐기며 뉴욕의 밤거리를 헤맨다.
하지만 《엑스와이프》는 ‘현대 여성’의 해방을 경쾌하게 찬양하는 소설은 아니다. 미국에서 출간된 어설라 패럿 전기 《엑스와이프가 되다Becoming the Ex-Wife》는 이 소설이 “결혼이라는 사회적 보호 장치와 독신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위험성을 강하게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따뜻하고 믿음직한 큰언니의 면모를 갖추고, ‘명언 제조기’처럼 위트 넘치는 인물인 루시아는 패트리샤에게 여러 남자를 만나보라고 조언하는 한편 옛 남자들의 ‘기사도 정신’을 그리워하는 보수적인 여성으로도 그려진다. “옛날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지위를 누렸어. (…) 남자들로부터의 자유? 우리 중 누가 어떤 남자에게든 몰두해 있으면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133~134쪽) 루시아는 전처가 된 여성이 누릴 수 있는 자유는 오직 ‘상처받을 자유’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에 비해 나이가 한참 많고 부유하며 그리 잘생기지도 않은 남성과의 재혼을 선택한다. 가정생활로부터의 자유를 획득한 재즈 시대의 여성들은 여전히 이슬처럼 순결한 여성에 대한 동경, 남편에게 사랑받는 순종적인 여성에 대한 선망, 아들을 낳아 기르고자 하는 욕망 등의 옛 관습 속에서 안전해지고자 한다. 옛 시대와 새 시대가 맞물리는 과도기의 혼란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진정한 고전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어설라 패럿
1899년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1920년 래드클리프 칼리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신문기자로 일했다. 1922년 《뉴욕 타임스》 외신 기자였던 린지 패럿과 결혼하고 1926년 이혼했다. 그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게 되면서 곤경을 겪기도 했다. 백화점 광고 일을 하다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패럿은 친구에게 돈을 빌려 1929년 소설 《엑스와이프》를 출간한다. 이혼 경험을 비롯한 자전적인 요소를 곁들인 데뷔 소설은 파란을 일으키며 그해에만 1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패럿은 당대 가장 성공한 여성 작가 반열에 올랐으며, 1940년대 후반까지 스무 권의 책과 백 편이 넘는 단편소설, 기사 등을 발표했고 그중 열 편은 영화로도 각색되었다. 《엑스와이프》는 1930년 〈이혼녀The Divorcee〉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올랐으며, 주연 배우 노마 시어러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세 차례 더 결혼하고 이혼했으며, 글로 벌었던 돈을 모두 소진하고 58세에 뉴욕의 자선 병원에서 암으로 사망했다. 금주법 시대의 스피크이지 바, 댄스홀, 파티, 원나잇 스탠드 등을 실감나게 표현하며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함께 1920년대 재즈 시대를 그려낸 대표적인 작가로 거론된다.
옮긴이 : 정해영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두려움이란 말 따위》 《끝맛》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리버보이》 《빌리 엘리어트》 《올드 오스트레일리아》 《곰과 함께》 《데카메론 프로젝트》 《우주를 듣는 소년》 《좋은 엄마 학교》 《길 위에서 하버드까지》 《이 폐허를 응시하라》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 《정상은 없다》 《묘사의 기술》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계를 읽다〉 시리즈 등을 번역했다.
목 차
엑스와이프
옮긴이의 말
추천의 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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