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30년간 8차례 발굴,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 115구를
고국으로 모신 ‘70년만의 귀향’의 주역”
한국과 일본, 동아시아 시민 3천 명에게
진정한 의미의 ‘평화’를 알려준 인류학자 고 정병호 교수의 이야기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언어를 빼앗기고, 성씨를 빼앗기고, 젊음을 빼앗긴 일제강점기, 제대로 된 기록 없이 죽어서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다. 바로 강제노동으로 생을 마감한 희생자들이다. 그런데 국가에서도 외면하고 역사 속에서도 존재가 옅어지며 영원히 타국의 땅속에 묻혀 잊힐 뻔했던 이들의 유골을 발굴해 고국으로 정중히 모시고 온 사람들이 있다. 푸른숲에서 출간한 《긴 잠에서 깨다》는 그들을 이끌었던 고 정병호 교수의 이야기다.
이 책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정병호 교수는 2024년에 타계했다. 정병호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배너-섐페인에서 문화인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아동을 위한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남북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어깨동무’ 활동 등을 해왔다. 그는 인류학을 단순 학문이 아닌 현장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움직임으로 삼고 이를 실천하며 살았다. 그리고 그의 활동을 기리기 위해 국내외 동료와 제자 들이 힘을 합쳐 정병호 교수가 남긴 구술녹취록을 바탕으로 《긴 잠에서 깨다》를 세상에 내놓았다.
《긴 잠에서 깨다》는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발굴에만 초점을 두고 있지 않다. 이 모든 과정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화합과 평화다. 정병호 교수는 슈마리나이 현장에서의 유골발굴을 시작으로 한국과 일본, 재일동포와 대만의 청년들까지 동아시아가 하나가 될 수 있는 동아시아공동워크숍의 주춧돌이 됐다. 이는 여러 학계 사람과 시민, 지역 사회까지 참여해 힘을 불어넣은 단체로, 그가 꿈꿨던 ‘하나’가 되는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 그 자체다.
사회·역사적 문제에서 항상 한쪽은 가해자가, 한쪽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극단적이고 대립적인 구도에서 한 걸음 나아가 서로를 진정으로 알아가고 진심으로 대할 때 생기는, 진정 한 걸음 나아가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책은 저자를 비롯해 그와 얽힌 수많은 사람의 작은 움직임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큰 변화를 가져온 기록이다.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따라가야 할 이정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정병호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배너-섐페인에서 문화인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문과 현장을 잇는 공공인류학의 길을 정립했다.
1990년대 초반, 대안적 교육운동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의 창립과 운영에 참여하며 돌봄과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었다. 이어 ‘어린이어깨동무’를 통해 북한 기근 구호와 더불어 남북 어린이들이 만나는 평화교육의 장을 열고자 노력했다. 통일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 내에 ‘하나둘학교’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무연고로 남한 사회로 들어온 북한 청소년들의 그룹홈인 ‘늘푸른학교’를 설립했다. 또한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무지개청소년센터)을 세워 북에서 온 청소년과 다양한 이주 배경의 청소년 들이 한국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힘썼다.
1997년 이후 ‘동아시아공동워크숍’을 조직해 홋카이도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발굴을 통한 국제 연대의 장을 열었다. 2015년에는 한국 대표로 희생자 유골 115구의 ‘70년만의 귀향’을 이끌었다.
한국문화인류학회장, 한양대학교 글로벌다문화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연구와 저술 업적과 더불어 남북평화와 다문화주의, 공동육아 등 사회 문제 해결에 헌신한 공로로 2015년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국제동문업적상’을 수상했다. 평화디딤돌 초대 이사장으로서 홋카이도 ‘슈마리나이강제노동박물관’ 건립에 힘썼다. 저서로 《고난과 웃음의 나라》가 있으며 공저로 《공감대화》, 《극장국가 북한: 카리스마 권력은 어떻게 세습되는가》, 《웰컴 투 코리아: 북조선 사람들의 남한살이》, 《한국의 다문화 공간》 등이 있다.
목 차
프롤로그: 좀 더 나은 내일을 여는 일
1장 운명적인 만남: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일본 현장 연구를 가다│‘이상한’ 스님│운명이 결정되는 어린이집│한 달 댁에서 신세 좀 지겠습니다│댐 공사 현장에서 조선인의 위패를 발견하다│뜻이 통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2장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발굴 기획: 인류학자라면 해야 하지 않을까
조릿대숲에서 한 약속│일본 평화교육의 선구자를 만나다│아버지와의 마지막 시간│가해와 피해의 구도를 넘어│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발굴을 기획하다│준비된 사람들│한일 유골발굴 실행 위원회를 꾸리다
3장 역사적으로 ‘연루’된 이들: 처음으로 유골을 만나다
유골발굴 프로젝트의 전환점이 된 인터뷰│국적은 제각각, 마음은 한 뜻│학생 자치 위원회를 만들다│홋카이도 주민들의 인심│만나도 될 만큼은 공부해야 한다│현장에서 터진 ‘앙케트’ 갈등│첫 번째 유골이 출토된 날│양립 구도를 넘어선 공동체가 되다
4장 나비효과: 부드럽고 약한 사람들의 고리는 변화를 일으킨다
강제노동 희생자의 유족을 찾아가다│‘한일’을 넘어 ‘동아시아’로│재일동포 청년들이 불어넣은 생명력│통일이 돼도 우리는 차별받을 것 같아요│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교육│차별은 보이지 않을 뿐이다│신뢰와 연결의 감각│이성도 본성이야!
5장 기약 없이 보관된 유골들: 망각 속에 가라앉은 기억을 되살리다
무덤도 없이 떠난 사람들의 무덤을 만들다│조선 출신, 30대 남성│과거사를 넘어선 아사지노 유골발굴│세우지 못한 희생자 추도비│대학 강당에 방치돼 있던 유골│아이누의 후손과 동학 지도자의 후손│이름과 신원이 지워진 101구의 유골│정태춘의 〈징용자 아리랑〉
6장 유골 115구의 귀환: 삶과 죽음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유골의 사연과 미완의 숙제│안 된다는 말만 하는 정부 기구, 본질을 외면한 보상 기관│‘누구의 유해인가’도 중요하지만│그분들이 왔던 길로 되돌아갑시다│과거는 ‘덮고 갈’ 수 없다│묘역을 마련하다
7장 ‘70년만의 귀향’: 길고 긴 잠을 깨우다
귀향의 시작│배를 타고 도쿄-교토-히로시마까지│115구의 유골, 115개의 유골함│고향 땅의 뜨거운 환영│사회·문화적 연대가 만든 장례식│돈도 명예도 바라지 않고│하나의 유골은 천 개의 다이너마이트와 같다│아이누의 ‘85년 만의 귀향’│멀리 가고자 하는 사람은 함께 간다
8장 평화디딤돌: 기억을 일상으로 가져오다
걸림돌과 디딤돌│기억·진실·평화의 상징│마음을 움직이는 작은 일부터 다시 시작하자
9장 강제노동박물관 건립: 사람들 마음에는 사라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무너진 전시관을 다시 세우다│강제노동 현장에 세워진 첫 번째 박물관│이스트 아시안 드림을 상상하다│뜨거웠던 여름의 기억이 연결되고 움직이기를
에필로그: 철부지 소년이 실천인류학자가 되기까지
10월 유신이 10대 청소년을 바꿔놓다│경찰서에서 구치소까지, 자유를 위한 갈망이 싹트다│‘문화운동’의 세례를 받다│야학 교과서를 만들며 인류학에 매료되다│미국에서 드디어 시작한 인류학 공부│나의 쿨한 선생님│일본에 대해 욱하는 마음을│1984년, 달동네 해송아기둥지│유골발굴의 계기가 된 일본 현장 연구
부록
정병호의 선물, 동아시아에 심은 희망의 씨앗│슈마리나이에서 피어난 평화의 씨앗│현장의 인류학, 기억의 공동체를 만들다│‘분단’을 넘어서는 공감의 힘│세계적 흐름 내 동아시아공동워크숍의 특징│계속 살아 숨 쉴 실천의 삶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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