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일본의 버블이 끝나갈 무렵,
그들의 버블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1990년대,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
일본의 밤은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지만,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로 한국에서 건너온 젊은이들의 삶은 이제 막 뜨거워지고 있었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행된 후 일본으로 흘러든 그들은 관광객도, 이민자도 완전한 노동자도 아니었다. 관광비자가 끝난 뒤에도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 불법체류자라는 이름 아래 살아야 했지만, 누구보다 강렬하게 돈을 벌고, 사랑하고, 버티며 자기 자리를 만들어간 사람들. 일본 사회는 그들을 ‘뉴커머’라 불렀다.
‘뉴커머’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에 이주해 정착한 대한민국 국적자들. 그중에서도 1980년대 이후 건너온 이들을 일컫는다. 그들은 ‘올드커머’ 선대와 달리 비교적 당당히 일본 사회에 들어섰고, 민족 차별과 과거사로부터의 자유 속에서 재일 사회와 일본 내 한국 인식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왔다.
참고문헌 <재일한국인 뉴커머의 형성과정과 집주지역의 특징> (정진성 교수, 2011)
가부키초는 그들에게 또 하나의 국가였다.
야쿠자 조직, 한국계 호스티스 클럽, 호스트바, 스낵바, 브로커, 재일교포 사회, 불법의 돈과 밤의 거래가 뒤엉킨 세계. 그곳에서 뉴커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누군가는 클럽의 호스티스가 되고, 호스트가 되고, 누군가는 야쿠자가 되어 그들을 지키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는 사랑을 믿었고, 누군가는 돈을 믿었으며, 누군가는 끝까지 자기 이름을 믿고 지켰다.
하지만 보호는 곧 권력이 되었고 권력은 충돌을 불렀다. 한국인 업소들의 세력이 커질수록 신주쿠의 오래된 질서는 흔들리고, 작은 도발은 야쿠자 조직 간의 전쟁으로 번져갔다.
이 모든 이야기는 신주쿠의 유명한 꽃가게 주인 사이토 신이치의 시선으로 회고된다. 그는 오랜 시간 가부키초에서 꽃을 팔면서 그 곳의 사랑과 이별, 축하와 장례, 거래와 침묵을 목격해온 사람이다. 그의 기억속에서 뉴커머들은 단순한 불법체류자도, 밤의 주변인도 아니다. 그들은 초대받지 못한 도시에서 자기만의 꽃을 피워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불법체류자라 불렸지만 누구보다 선명하게 그곳을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이었다.
일본은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지만
그들은 어디에서든 자리를 만들었다.
그 한국인들을 ‘뉴커머’라 불렀다.
<뉴커머>는 1990년대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의 밤을 배경으로 한다.
일본 사회안에서 가장 화려한 조명 아래, 가장 불안정한 신분으로
살아야 했던 한국인 불법체류자들의 욕망과 생존, 사랑과 몰락을 그린
느와르적 인간극장이다.
야쿠자, 호스티스, 호스트, 꽃집 주인의 시선을 교차하며,
90년대 일본 화류계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가는 이들을 피해자나 악인으로 쉽게 나누지 않는다.
누군가는 술잔을 들고, 누군가는 총을 숨기고,
누군가는 사랑을 거래한다.
그들의 선택은 때로는 비열하고 때로는 아름답다.
이들은 그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으려 한다.
그래서 더 인간적이다.
그들은 정착하지 못했지만 뜨겁게 살았다.
기록되지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뉴커머>는 결국 한 시대의 노스탤지아이며
그 시대를 살았던 그들에게 바치는 뒤늦은 헌화다.
작가 소개
천수현
영화, 방송, 출판, 미디어 분야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다. 시카고 컬럼비아 칼리지에서 영화 프로듀싱을 전공/졸업하고 미국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근무했으며, 영문 번역 출판가로도 다수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했다. 번역서로는 《내 인생의 해답》 시리즈를 비롯해 《곧 태어날 내 아들을 위한 남자 매뉴얼》, 《라파》 등이 있다.
첫 장편소설 《뉴커머》는 1990년대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를 배경으로, 바다를 건너온 한국인 뉴커머들의 욕망과 생존, 사랑과 상실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콘텐츠를 기획하던 중, 역사와 제도 바깥에서 자신의 삶을 밀어붙였던 ‘뉴커머’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는 2년간 도쿄를 오가며 불법 체류자와 야쿠자, 호스티스와 호스트, 꽃을 다루는 한 남자 등 그 시대의 밤을 살아낸 다양한 한국인과 일본인을 직접 만나 취재했다. 《뉴커머》는 신주쿠의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에서 자신의 이름과 삶의 자리를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지나간 시간을 아름답게만 기억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노스탤지어다.
목 차
극도
화류
골든 에이지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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