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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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김사사
출판사항문학동네, 발행일:2026/10/30
형태사항p.225 46판:20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41603755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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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웃음이 터진다. 재밌는 사람이네, 이 작가……

장난의 능력에 감탄하며, 더 알아보고 싶어진다.”_황예인(문학평론가)

익숙한 문법을 뒤집는 별나게 새로운 소설가의 등장! 김사사 첫 소설집


“작가가 가진 모종의 확신에, 그리고 다음 작품이 보여줄 가능성에” “과감하게 동의”하겠다는 심사평을 이끌어낸 단편 「체조합시다」로 202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사사의 첫 소설집 『체조합시다』가 출간되었다. 때로는 과감한 전개 방식으로, 때로는 예기치 못한 유머로 훅과 잽을 날리며 작가는 소설이 으레 갖는 정연한 인과관계와 갈등 구조에서 벗어나 의도적인 공백과 비약, 과장과 반복을 내세우며 독자로 하여금 “판단의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그 움직임들이 모여 어느새 까딱거리는 리듬이 만들어졌다는 생각”(해설, 황예인 문학평론가)을 하도록 이끈다. 기존의 문법을 뒤틀어 새로운 독서 감각을 일깨우는 이 신예 작가가 앞으로 우리 문학에 부여할 이색적인 흐름이 기쁘고 반갑다.

다음 순간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독특한 작법을 구사하면서도, 김사사는 우리 주변에 분명히 함께하는, 그러나 무심코 스쳐지나가기 쉬운 존재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개성 있는 모양새로 착실하게 포착해 보인다. 각자의 기구한 사연에 따라 엇나가고 엇박자로 살아가는 인물들이지만, 작가는 개개인의 불행을 구태여 부각하거나 극적으로 재현하는 대신 별일을 별일 아닌 것처럼 의연하게 씀으로써 서사를 매끄럽게 이끌어나간다. 작가의 뚝심을 이어받은 인물들은 세상의 풍파에 휩쓸리며 맞닥뜨린 뜻밖의 순간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견디고 버텨낸다. 춤을 추다 무대에서 실수로 넘어진 후 아이러니하게도 넘어지는 연기를 전문으로 하는 마임 배우가 되고(「체조합시다」), 요통으로 앓아누웠으면서도 손바느질로 옷을 만들며(「싱크로나이즈드 클럽」), 아픈 몸을 고치러 찾아간 접골원에서 애인을 만드는가 하면(「균형잡기」), 또렷한 직업도 미래도 없지만 의탁할 대상을 찾아 더불어 산다(「모」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는 이대로도 괜찮다는 듯이 살며시 웃어 보이는 것이다. 어딘가 어설프고 미숙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김사사의 인물들은 사랑스럽다.


“이웃이다, 멀고도 가까운!”

평범한 듯 비범한 외양으로 주변에 심겨 있는 사사롭고 사랑스러운 존재들


김사사는 현실에서 흔히 마주치는 익숙한 존재들에게서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던 독특한 매력을 찾아낸다. 보신탕집이나 로또 판매점 사장, 녹즙 판매원, 방송에 등장하는 기인, 숲속에 사는 자연인…… 김사사의 세계관에서 이 같은 인물들은 서로 “멀고도 가까운” “이웃”(148쪽)으로 교류하며 독특한 마을 하나를 형성한다. 이들은 살을 부대끼며 살아가면서도 상대의 “나이를 묻거나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하지도 않”(46쪽)는다. 친구도 가족도 연인도 아닌, 별다른 연고도 없는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불쑥 거리를 좁히고 일상을 공유하는 모습은 신선한 인상을 풍긴다.

상대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도 그의 과거를 구태여 궁금해하거나 삶에 깊숙이 관여하려 들지 않는 묘한 거리감. 김사사 소설에 온기와 유머를 부여하는 이 ‘이웃 되기’는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암묵적인 규칙처럼 작용하고 있다. 예컨대 「체조합시다」의 중심인물은 ‘택기’의 토끼탕집 주변을 오가며 우연히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 주민들이다. 자유분방하게 모여 “전혀 들어맞지 않는”(16쪽) 동작으로 새천년체조를 하던 사람들이 마임 배우 ‘페도라’에게 이끌려 그의 동작에 엄숙하게 공명하는 장면은 그 독특한 리듬으로 독자의 오감을 집중시킨다. 또 제목이 암시하듯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사람들이 서로 포개지고 맞물리는 광경을 그린 「싱크로나이즈드 클럽」, 해변에서 우연히 만나 같이 살게 된 두 청년 이야기 「모」, 잡풀이 무성한 정원을 관리하며 한 계절 동안 어울리게 된 이들을 다루는 「정원사」도 마찬가지다. 개별적이고 무관했던 이들이 잠시간 한마음이 되어 겹쳐지는 순간은 “테트리스처럼 서로의 몸을 꿰맞추”(96쪽)는 듯한 묘한 쾌감을 자아낸다.

한편, 이렇듯 가뿐히 동행해 막역하게 어울리다가도 “우리 왜 여기에서 함께 잠을 자고 있지?” 질문하고 “우리는 다시 안 볼 사이니까”(83쪽)라고 한 발 물러서는 묘연한 관계가 작품의 현재성을 두드러지게 만든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이곳에서 나누는 생각과 대화만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오히려 잘 모르는 상대이기에 더 쉽게 건네지는 말이 있고, 그렇게 가까워졌다가도 언제든 산뜻하게 멀어질 수 있다. 또 서로에게 상처가 있다는 걸 어렴풋이 감지하더라도 굳이 과거를 들추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가 김사사 소설세계 안에서 작동하는 배려이자 윤리다. 복작복작하지만 서로를 섣불리 침범하지 않는 이토록 각별한 공동체의 모습은 온갖 인과로 뒤얽힌 우리의 일상을 산뜻하게 환기해준다.


“약하고 무르고 곧 쓰러질 모양새인데 절대 무너지지 않는”

어긋난 일상 속 파편들로 쌓아올린 낯설고 특별한 균형


『체조합시다』 속 인물들은 정작 해야 할 일 대신 엉뚱한 일에 열중한다. 그것도 정성스럽고 성실하게. 불안정한 현실을 돌파할 방도를 찾는 대신 트램펄린을 뛰고(「체조합시다」), 실직을 당한 뒤 막막한 기분이 들 때마다 하늘 자전거를 타고(「정원사」), 퇴근 후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저수지에서 오리배를 타는(「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행동은 일종의 회피이지만, 이 자체로 에너지를 지니므로 인물들에게 살아갈 동력이 되어준다. “모든 것이 무게중심 때문”이라는 「체조합시다」의 ‘기주’처럼, “곧 쓰러질 것 같은데 중심을 잡고야 마는 몸짓”을 가진 「정원사」의 ‘구포’처럼, 혹은 “기를 다잡고 중심을 형성”할 줄 아는 「균형잡기」의 ‘재수’와 “난 좀 비뚤어졌지” “그게 더 멋있으니까”라고 말하는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의 화자처럼 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균형점을 찾아 살아가고 있다. 그 균형이 세상의 균형과 어긋날 때 생겨나는 불협화음이 김사사 소설 속에 고유한 리듬감을 불어넣는다.

하나의 집단을 멀리서 보면, 열을 맞춰 똑같은 체조를 반복하는 무리가 그렇듯 균일하게 ‘싱크로나이즈드’된 것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만큼 다른 몸집과 표정을 지닌 존재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 드러날 때, 그리고 이렇듯 상이한 존재들이 잠시간 서로 스치며 빚어내는 찰나의 순간들이 세상이라는 거대한 공동체를 지탱해왔음을 실감할 때 가슴 한편을 뭉근하게 달구는 여운이 있다. “조각난 일과들”(62쪽)이 모여 “결국 어울리고 마는”(110쪽)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 김사사 소설이 갖는 미덕인 것이다.

『체조합시다』는 김사사가 세상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되비추기 위해 설치한 하나의 무대와 같다. 어딘가 생경한, 마치 주어진 행동과 대사를 소화하는 배우 같은 인물들의 면모는 그간 우리가 익히 봐온 소설들과 다른 색다른 매력을 자아낸다. 특히 동네 극장에서 열린 송년회의 풍경을 극 형식으로 풀어낸 「연말 극장」을 통해 작가는 사소한 순간도 주체의 시선에 따라 충분히 특별해질 수 있음을,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는 일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소설이라는 무대 위, “발을 구르고, 떠오르고, 떨어지고, 다시 발을 구르고, 떠오르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인물들의 움직임에 따라 우리는 “저마다의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안정감과 추진력을 얻는 우리의 일상”(해설)을 상기하게 된다. “간간이 아직 자라고 있는”(119쪽), “희미하지만 어쨌든 빛이라는 게 보”(120쪽)인다고 믿는 이 별난 존재들을 고요히 응원하는 마음으로.


내내 훔친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굴리는 마음으로 김사사의 소설을 읽었다. 언젠가는 돌려주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당장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어 또 한번 훔친 자전거에 오르는 간질간질한 마음은 인물들이 움직이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김사사의 인물들은 일을 단숨에 그만두거나 새로 구하고, 처음 만난 사람 집에 들어가 덜컥 눌러살기로 한다. 그 가뿐한 전환과 결단은 현재를 끝없는 임시의 상태로 만드는데, 모든 게 일시적일 뿐 어느 것도 영원하지 않으니 이 틈으로 자유롭게 드나드세요 하고 말하는 듯하다. 가만 들여다보면 차곡차곡 새로운 질서가 세워지며 커다란 틈을 부지런히 메우고 있다. 칼을 꽂는 칼집이 부드러운 털실로 만들어졌다거나, 누워 자는 방바닥에서 해변가와 다름없이 모래가 밟힌다거나, 사과의 색이 익히 알려진 대로 빨갛지가 않고 황금색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앞선 장면에 전혀 뜻밖의 장면이 따라붙어도 김사사는 그것을 단숨에 질서로 만들어낸다. 한 편의 소설이 구축해낸 독특하고 고유한 질서를 기꺼이 따라가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드문데, 이 책에서는 그런 일이 쉴새없이 벌어진다. 이대로 살아보고도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찬가지로 쉴새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나의 입꼬리. _정기현(소설가)


재밌는 사람이네, 이 작가…… 뒤늦게 작품 속 끊임없이 시도되어온 장난들이 눈에 들어온다. 눈치채지 못한 채 판단의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움직임들이 모여 어느새 까딱거리는 리듬이 만들어졌다는 생각과 함께. 김사사는 장난을 참 잘 거는 작가다. 긴장 푸세요, 나는 당신에게 호감이 있습니다, 우리가 친해지길 바라고요, 하고 직접 말하는 대신 몸을 돌려세워 눈을 맞추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게 만들며, 끝내 웃음이 터지게 한다. 누군가 왜 웃었죠, 그가 좋아졌나요? 하고 물으면 글쎄요, 저도 모르게 그만, 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겠지. 장난의 능력에 감탄하며, 그가 어떤 작가인지 더 알아보고 싶어진다. _황예인(문학평론가) 

작가 소개

김사사

202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체조합시다」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목 차

체조합시다 • 7

모 • 39

정원사 • 63

싱크로나이즈드 클럽 • 93

균형잡기 • 123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 151

연말 극장 • 181


해설 | 황예인(문학평론가)

장난 당하기 • 205


작가의 말 • 224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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