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부르면 내가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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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이소호
출판사항문학과지성사, 발행일:2026/10/23
형태사항p.232p. A5판:21cm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32045849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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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당신의 슬픔에 이자를 붙여 주기로 했습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던지는 운명의 주사위

파산의 위기로부터 구출하는 ‘나’의 언어

세상의 모든 이방인을 끌어안는 이소호의 네번째 시집


2014년 『현대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일상성을 허무는 전위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제37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소호의 네번째 시집 『이름을 부르면 내가 죽어요』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643번으로 출간되었다. 직전의 시집 『홈 스위트 홈』(문학과지성사, 2023) 이후 3년 만이다. 보드게임인 모노폴리의 룰을 취한 흥미로운 구성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총 55편의 시가 묶였다.

이소호의 시는 국적, 인종, 문화, 종교, 섹슈얼리티, 이념, 지위 등 개인과 집단을 구분하는 다양한 정체성과 사회적 조건이 타자를 규정하여 위계를 만들고 차별과 배제, 폭력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시인은 타자의 언어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이름이 불리는 순간 정체성이 규정되는 존재, 잃어버린 ‘나’의 언어를 회복하려는 실험을 거듭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폭력의 장소에서 목격자이자 방관자로서의 제3자의 자리를 과감히 삭제하는 독창성”(장은정)을 드러낸 데뷔 시집 『캣콜링』의 파격적인 목소리는 몰입을 극대화한 전시 공간의 문자화와 미적인 탐구를 거쳐(『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개인에게 체화된 집단의식의 저변을 집요하게 파헤치며 시적 자아의 미래를 모색해왔다(『홈 스위트 홈』). 『이름을 부르면 내가 죽어요』에서 이소호는 과감하고 다채로운 형식적 실험을 선보이며 사회의 폭력에 노출된 이방인으로서의 수많은 ‘나’를 탐색하고, ‘슬픔’이라는 연대적 감각을 매개로 서로 다른 존재의 고통을 연결한다. 그로부터 탄생하는 디아스포라적인 정체성은 세계를 명명하는 독창적인 언어를 획득한다.


언어는 우리 자신을 설명하는 도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곧 그것을 사용하는 자이거나, 곧 그 자체다. 그런 점에서 늘 언어는 ‘나’라는 자아에 갇히지 않고 언제나 남이 됨으로써만 발화한다. ‘나’라는 출발점 없이 ‘남’이 됨으로써만 말할 수 있는 것이 언어의 본질이라면, 우리는 정착하지 않음으로써만 우리 자신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또 그렇게 존재할 수 있다. 계속해서 이야기되고 번역되어 존재할 수 있고, 이야기되고 번역되는 것에 실패하는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증명할 수 있다.

—선우은실 해설, 「남이 되어가는 시―디아스포라 게임」에서


세계의 권력에 포획당한 이방의 존재들

무수한 죽음이 증언하는 이토록 무사한 생의 수치


외국인의 죽음이 뉴스에 보도되는 것은

한국인을 죽이다 죽을 때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오늘의 죽음은 언제나 자살이었다

가난도 사고도 병사도 자살이었다


7층 창문은 이제 누가 닦지?

―「방글라데시안 무샤라트는 창문을 닦다가 자살했다」 부분


부를 나누지 않고 시집을 이루는 55편의 시는 다성의 목소리(多聲, Polyphony)로 가득하다. ‘『이름을 부르면 내가 죽어요』 룰북’의 안내에 따라 모노폴리에 참여한 독자는 방글라데시, 인도, 한국, 일본, 중국, 프랑스, 스페인, 미국,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브라질 등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폭력의 현장을 마주하게 된다. 시인이 ‘룰북’에 써두었듯 이 시집의 “읽기의 목표는 해석이 아니라 통과”이다. 급작스레 참상의 한가운데에 놓여 플레이어가 된 독자는, 직간접적으로 체험되는 억압과 멸시를 견디고 과연 ‘해석’이 아닌 ‘통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이름을 부르면 내가 죽어요』는 내면의 불편을 겪으며 솟구치는 언어, 죽음으로 종결된 타인의 고통이 불러일으킨 새로운 언어의 탄생을 예고한다. 독자는 자신의 살아 있음을 낯설게 감각하면서 “죽은 척하세요”(「최악의 전망」)라는 화자의 비참하고도 사려 깊은 음성을 견뎌야만 한다. “베란다 창문을 닦던 중에”(「방글라데시안 무샤라트는 창문을 닦다가 자살했다」) 떨어진 사람,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람”(「최악의 전망」), “사내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파와하라 아루하라 이카시테 구다사이」)은 사람, “말도 없이 목을”(「세상은 카슈미르를 잊었다」) 맨 사람 등 셀 수 없이 많은 죽음의 구체적인 묘사에는 압도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죽은 것들 사이에서 아직 헐떡이는 것을 찾”(「수면은 평온하지만 그 아래에서는」)고, “몰래 가져온 빵 조각을 입속에 욱여넣는”(「루시아의 딸들」) 절박한 인간의 몸짓이 국경 너머로 가느다란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상대가 파산할 때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모노폴리의 규칙은 독자로 하여금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인내하며 끌어모으는 자산, 시인이 제안한 게임 안에서 값이 매겨지는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헤아리게 한다.

“남편의 통제하에서만/낙원을 엿볼 수 있”는 화자, 시사는 비둘기 사냥법을 말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유심히 듣는다. 트랩에 놓인 암컷에게 달려드는 수비둘기를 낚아채는 사냥꾼의 손. 시사는 깨닫는다. 수비둘기 고기에 “입맛을 다시는” “남편과 아들” 역시 수컷이라는 것을. 이는 위계에 따라 폭력의 주체가 폭력의 희생양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시사는 살아남기 위해, 악을 유인하여 파괴하기 위해 “열심히 둥지 안으로 들어앉는다”. 극심한 억압하에 내면에 똬리를 튼 적개심을 숨긴 채 시사는 실낱같은 생존의 가능성을 탐닉한다. “시사의 아주 분명한 영혼이/비둘기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간다”(「시사 자키는 누구인가」). 이 기묘한 투사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해석’이 아니라 ‘통과’를 거쳐 수행되는 주체성의 회복이다.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도 상상력을 발휘해 세계를 향한 ‘나’의 비밀스러운 언어를 획득하기. 이소호의 시에서 사회가 묵과한 범죄의 면면은 결코 대상화할 수 없는 타인과 ‘나’의 현실이다. 주사위가 던져지는 순간 운이 갈리고 운명이 결정된다. 누군가의 죽음이 ‘나’의 죽음일 수 있다는 사실만이 자명하다. 비로소 깨닫게 되는 ‘그것’의 정체는 슬픔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슬픔을 통과했는가? 해석하거나 소비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타인의 슬픔에 이자가 발생했”(p. 144)다는 경고와 함께 수익자로 지목된 독자(‘당신’)는 스스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범람하는 기호 속에서 ‘나’를 구명하는 언어

슬픔의 은어로 연결되는 이방인들의 섬


미래를 앞다투어 나누어 보려던 그 사람들의 생각 따윈 빌려 오지 말자 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없지. 다만, 사랑이라고 불리던 그 나약한 진심은 알 수 없는 거잖아 만약 진심을 알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고개를 저었지 그건 불가능해 신파연극 본 적 있어? 입 모양을 벙긋대며 전형적인 슬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그걸 알면서도 소비해왔잖아 그래서 지금 네 마음이 뭐라고 하고 있어?

―「레스보스 아일랜드」 부분


“돈을 주고 샀”으나 “영수증이 없다는 이유로/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도둑이”「나는 영수증이 없습니다」) 된 사람, “자격증이나 스펙이”(「안산에 있는 서울예술대학교를 나온 이소호」) 없어 취업 시장에서 홀대를 받는 사람이 있다. 시장에서 ‘정직’을 증명하는 것은 공인된 언어가 인쇄된 서류로 간단히 처리되지만 삶의 ‘정직’을 무슨 수로 증명할 수 있을까. 이 무거운 질문 앞에서 시인은 보란 듯이 이질적인 언어와 기호를 적극적으로 차용해 시를 써나간다. 이를 통해 제도적 질서가 포착하지 못하는 삶의 숨은 진실을 드러내며, 타자의 언어로 규정되어온 존재가 자신을 입증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고도로 발달한 기술 문명이 우리 삶에 침투한 이래 언어는 ‘명령’과 ‘수행’이라는 단순한 작동 원리로 환원된다. AI의 광범위한 사용을 두고 “우린 결국 도구가 되는 건가”(p. 165)라고 댓글을 다는 어느 개발자의 절망을 시인은 시집 전반을 통해 당당하게 물리친다. 코드 스위칭(「적극적으로 절망하기 운동 미국 지부―두머의 포스트」)으로도, 프로그래밍 코드(「적극적으로 외래어를 잘 쓰는 운동 한국 지부—판교」)로도, 사투리(「머라카노」)로도 가로막지 못하는 것은 ‘나’라는 존재의 선언이다. 영어를 한글로 음역해 씌어진 「My name is 김치」에서 독자는 인상적인 문장을 마주한다. 풀이하자면 다음과 같은 뜻이다. ‘나에게는 이름이 있어. 네가 입을 열기 전부터 나에게는 이름이 있었어. 네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전부터 나에게는 이름이 있었어’. 자아의 대상화에 저항하면서 타자화된 ‘나’를 구출해 정체성을 되찾는 일. 이소호가 유감없이 보여주듯 그것은 곧 언어에 선행하는 사유로서 시가 지닌 본질적 역할을 고민하고, ‘나’의 고유한 언어로 세계를 다시 명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선우은실의 말처럼, 이소호의 시는 “저 먼 곳에서 벌어지는 죽음과 살상에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몫은 확실하게 존재”함을 가리킨다. 우리 각자가 세계와 깊이 연루되어 복합적인 정체성을 지닌다는 깨달음은 정착하지 않은 언어의 가능성과 그로부터 출발하는 슬픔의 연대, 존재의 해방을 꿈꾸게 한다. 모노폴리를 플레이하며 만나는 55개의 국가와 다성의 목소리를 통과하는 동안 ‘진심’이라고 불러도 좋을 마음의 움직임이 감지된다면 “어쩌면, 이번에는, 한 번쯤은, 당신이 이길 수도 있”(부록, ‘모노폴리 금지 연대기: 뉴스 아카이브’)다.

작가 소개

이소호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미디어창작학부를 졸업,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14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제37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캣콜링』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홈 스위트 홈』, 영역 시집 『Catcalling』, 산문집『시키는 대로 제멋대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서른다섯, 늙는 기분』 『쓰는 생각 사는 핑계』 『젠지 사전』, 단편소설 『나의 미치광이 이웃』, 소설집 『세 평짜리 숲』, 장편소설 『이자만큼 성실하게』 등이 있다.

목 차

시인의 말


메이는 아직 타향살이를 잘 모른다

이름을 부르면 내가 죽어요

방글라데시안 무샤라트는 창문을 닦다가 자살했다

어느 날 그녀가 죽었다

잭슨 가문의 비밀

리퀴데이터

최악의 전망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장소

파와하라 아루하라 이카시테 구다사이

강가 위에 주름 하나

세상은 카슈미르를 잊었다

사회복지기금

번역 오류: 카불의 유령 의사 파티마를 찾을 수 없습니다

너무 많은 파푸아뉴기니어

수면은 평온하지만 그 아래에서는

루시아의 딸들

두 시간의 대화가 남긴 것

우리 아빠 이름은 박재혁이에요

시사 자키는 누구인가

일에서 이분의 일

더 캠퍼스(The camp+us)

사운드 오브 헤이하이쯔

무인도

플리즈 바이 미

합법적으로 절망하기

자라는 사라

소피는 다 아는 한국어

독일 사람들은 말한다

황금 열쇠

제라드 스트리트의 홍콩 할머니

평점 4.8

파산

유효하지 않은 플레이어입니다

집은 침대가 필요해요

콩코드 여객기

레이지 데이즈 오브 파리

엄마 우리는 친구예요

레스보스 아일랜드

엠마의 다섯번째 거짓말

우주여행

404 조국을 찾을 수 없습니다

나는 영수증이 없습니다

감옥으로 가시오

하라레에서 보낸 수식

적극적으로 절망하기 운동 미국 지부

적극적으로 외래어를 잘 쓰는 운동 한국 지부

My name is 김치

머라카노

22%-18% = 이소호

신작 기작 미발표작

우리는 서로를 읽지 않은 밤 때문에 결국 서로가 서로의 문장으로만 남았다

안산에 있는 서울예술대학교를 나온 이소호

나의 혀끝은 아직도 강의실에 살고 있습니다

어느 멘헤라 여왕의 이야기

이 시는 24시간 후에 사라집니다


해설

남이 되어가는 시·선우은실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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